위대한 선수 50인 no.48 할 그리어

그리어는 오래전 선수여서 국내팬들에게 생소하지만 미국내에서도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50인에 선정된 이유는 그가 보여준 '꾸준함' 때문일 것이다. 10년 연속 올스타 선정이 말해주듯 화려하게 빛나지는 않지만 언제나 제 몫을 하는 선수가 바로 그리어였던 것이다.

웨스트 버지니아의 헌팅턴 출신인 그리어는 마샬대 역사상 최초로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흑인이 됐다. 이후 전국적 명성을 얻은 그리어는 깡마른 체구때문에 자기 자신조차 NBA에서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으나 데뷔 시즌부터 식스맨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이후 주전으로 도약하면서 돌프 셰이즈와 함께 팀의 주포 노릇을 하게된 그리어는 63-64시즌부터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선수가 됐다. 시라큐스 내셔널스가 매각되면서 팀은 필라델피아에 새 둥지를 틀게 됐고, 이 때부터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윌트 체임벌린의 이적으로 골밑이 강화된 필라델피아는 쳇 워커, 빌리 커닝햄, 그리어를 앞세워 66-67시즌 68승13패라는 한 시즌 역대 최고 성적(71-72시즌의 LA 레이커스가 69승13패로 이 기록을 깼고, 95-96시즌의 시카고 불스가 72승10패로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을 기록하게 된다.

포스트시즌서 그리어는 평균 27.7점을 기록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어는 "정말 대단한 시즌이었죠. 우린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고, 대부분의 경기서 이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매경기마다 얼마나 크게 이기는가였습니다"라고 당시 시즌을 회고한 적이 있다.

그리어는 71-72시즌까지 자신이 활약한 12시즌동안 모두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72-73시즌부터 선수겸 어시스턴트 코치로 활약했던 그리어는 프로생활 15년차에 은퇴를 결정했다. 그리어는 통산 1,122경기로 은퇴 당시 리그 최다 출장 기록을 세웠고, 통산 득점 21,586점으로 역대 득점 랭킹서도 10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81년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이 주어진 그리어는 인상적 소감을 남겼다. "NBA에 들어오기 전 4가지 소원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반짝반짝 빛나는 새 차를 사는 것이었죠. 저는 조그만 동네서 자랐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중요한 소원이었습니다. 나머지 3개는 올스타가 되는 것, NBA 우승을 차지하는 것, 명예의 전당에 뽑히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프로 선수들은 그리어가 가장 중요한 소원으로 꼽은 자동차 구입을 손쉽게 이뤄낸다. 그러나 정작 그리어가 부차적 소원으로 꼽은 나머지 3개는 쉽게 이뤄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어는 특유의 끊임없는 '배움과 적응'으로 부차적 소원마저 모두 이뤄냈고, 매경기 매순간 꾸준히 최선을 다해 이뤄진 결과였기에 그를 아는 이들은 그에게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됐다.

해럴드-트리뷴의 저명한 스포츠 칼럼니스트는 그리어를 이렇게 평가한 적이 있다. "만약 농구 종사자나 전문가들에게 가장 큰 존경을 받으면서도 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선수를 뽑는 상이 있다면 그것은 그리어의 몫이 될 것이다."

그리어의 옛 동료였던 셰이즈는 그의 꾸준함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할 그리어는 언제나 경기하러 왔다. 연습도 항상 똑같이 했고, 어떤 버스나 기차, 비행기를 탈때도 항상 제 시간을 준수했다. 그리어는 시계추같은 인물이었다." 아마도 요즘 젊은 선수들에게 가장 희박한 부분이 바로 이런 성실성일 것이다. 그 어떤 선수들보다 강한 존경을 받는 그리어. 그리어를 향한 존경심은 그의 꾸준함에서 비롯됐다.